“예전에는 일일이 돼지 수를 세서 육가공 업체에 보냈어요. 한 마리씩 저울에 올려 무게도 쟀죠. 이제는 인공지능(AI) 카메라로 마릿수와 무게를 곧바로 알 수 있어요. 거래도 훨씬 투명하고 정확해졌어요.”
12일 찾은 전남 신안군의 하늘애농장 임상우 대표(52)가 웃으며 말했다. 한 무리의 돼지가 밖으로 통하는 통로를 지나가자 벽에 붙어 있는 작은 패널에 마릿수와 무게가 표시됐다. 9만9000m²(약 3만 평) 넓이의 농장에서 돼지 7500마리를 직원 7명이 키우고 있다. 임 대표는 “매일 돼지를 출하하는데 AI 카메라 덕분에 작업 시간과 일손이 크게 줄었고 저체중 돼지까지 걸러낼 수 있다”고 했다.
이 농장의 카메라는 AI 스타트업 인트플로우의 제품이다. 카메라 영상을 AI로 분석해 돼지 숫자와 각각의 무게를 측정한다. ‘제3의 농업혁명’으로 불리는 애그테크(AgTech·첨단 농업)에서도 AI의 바람이 거세다. 특히 급속한 고령화와 농업인구 감소 시대에 AI를 활용한 ‘스마트 농업’이 미래 농업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돼지 무게를 재려면 겁에 질린 돼지를 2명이 달라붙어 저울로 이동시켜야 돼요. 분뇨에서 나오는 악취 때문에 일할 사람을 구하기도 어렵죠. 하지만 인공지능(AI) 카메라를 활용하면 이동하는 모습만으로 무게를 측정할 수 있어요.”
양돈 농장에 AI 카메라를 접목시킨 인트플로우의 전광명 대표는 “4000마리 넘게 키우는 농장에 우리 기술을 적용해 보니 무게를 측정하고 기록하는 작업 시간이 95% 줄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상기후로 사료값이 뛰고 노동력 부족으로 농장 운영은 점점 어려워진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람이 해왔던 일을 AI로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AI) 카메라를 활용하면 사람이 돼지 한 마리 한 마리의 숫자를 세거나 직접 무게를 재지 않아도 된다. 영상 속 돼지들 위에 각각 번호가 매겨지고, 해당 번호의 돼지 무게가 화면에 표시된다. 숫자 ‘95’는 지금까지 통로를 지나간 전체 마릿수다. 인트플로우 제공12일 광주의 인트플로우 사무실 한가운데는 돼지 모형 하나가 놓여 있었다. 천장에는 손바닥만 한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 인트플로우가 개발한 AI는 이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토대로 돼지의 활동량, 성장률까지 측정해 준다. 작업자가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아픈 돼지를 찾거나 사료량 등을 일일이 전산에 넣을 필요도 없다. 이상 행동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질병에도 신속히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인트플로우는 일본과 베트남, 스페인, 포르투갈 등 10개국 농가에도 제품을 수출했다. 전 대표는 “소나 닭도 AI 카메라로 생체 정보를 분석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특히 소는 앉았다 일어나는 등의 특정 행동을 감지해 발정이나 분만 시기 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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